'슬기로운 독박 전원생활' - 20년 7월 봉구네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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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 산다고 하면 종종 묻습니다.

단독주택은 관리할게 많은데 그걸 어떻게 하니~

어떻게 하긴요... 그냥 해요.

 밥 해먹는 것처럼 그냥 해야할일 이구나~~~ 아무 생각없이 하면 됩니다.

근처에 가족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도와주러 자주 오십니다만,

그들이 팔을 걷어 올리기전에 이미 정리되어있는 봉구네를 보고 다들~ 뻘쭘하게 돌아가곤합니다.

덕분에 저는 일어날 때마다 허리를 부여잡고 '아이고~ ' 곡소리를 내고 있고

오른쪽 팔을 올릴때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요.

봉구네가 아름다우니 제 마음은 뿌듯합니다.

비록 독박이지만 슬기롭게 지내고 있는 전원생활... 7월의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슬기로운 독박 전원생활' - 20년 7월 봉구네전원일기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문의 블라인드를 걷어 집에 햇살을 들여놓습니다.

그런데?

창문에 뭐가 달라붙어있죠?

 

 

앗!!! 개구리입니다.

어떻게 저길 들어왔을까?

저희 집 거실창은 아파트와 같은 '이중창'입니다.

바깥도 아니고 집 안쪽도 아닌 중간 창문에 떠억하니 저놈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엄지손톱정도로 작은 아이입니다만,

저정도 큰 틈이 없는데 어떻게 들어온 걸까요?

참 별일입니다.

바깥창을 열어 놓으니 폴짝~ 뛰어서 잔디밭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집의 모든 창을 열어 놓고는 뒷마당으로 향합니다.

아침 햇살에 이불과 베개를 소독해주려고요.

 

 

.

살구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지는 시기라서 모두 주워서 버립니다.

아깝게 왜 버리냐구요?

너~~~~~~무 맛없어요.

살구청도 담아봤지만 설탕을 아무래 때려부워도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신맛!!

그냥 두자니

날파리 수백마리가 살구에 달라붙어 있어

근처라도 가면 제 콧구멍으로 들어올때도 있어서 치워야합니다.

그나저나... 단맛은 1도 없는 저 살구에 날파리들은 뭘 빨아먹겠다고  달라붙어 있는지 원~

 

 

살구를 후다닥 치우고 길고양이 밥을 채워둡니다.

키우던 아이들은 다 떠나버렸지만

새로운 아이가 기웃거리길래 밥을 채워줍니다.

미안, 아줌마가 위생에는 신경을 안썼네~

내일은 그릇 빡빡 씻어놓을께

 

 

요놈이 저희 집 뒷마당을 넘보는 새로운 길고양이입니다.

얼굴 좀 볼라고 따라 나가면 후다닥 도망쳐서 제대로 못봤는데

어느날... 터벅 터벅 걸어오더니 저렇게 거실 창 앞에서 일광욕을 하더라고요.

'저렇게 생긴 아이였구나~'

'아줌마가 널 위해 자그마치 15키로짜리 사료 사놨다~~~'

'여기요!! 맛집이야 자주와!'

 

길고양이 밥을 주고나서 저도 아침밥을 먹습니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씨리얼,,,  그정도로요.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앞마당으로 향합니다.

본격적으로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정원을 정리하죠.

소화도 되고~ 운동도 되고 ..그래요.

 

 

자~~~ 여기서 퀴즈 하나 나갑니다.

이 잔디밭에 지금 잡초가 있군요.

어디 어디? 몇개가 있을까요???

 

 

정답은 요기 저기 거기... 총 3개 있었습니다.

화살표로 표시해도 모르겠다구요?

저는 딱 보면 압니다.

하하하하.. 이게 5년차 전원생활의 내공입니다. 

짙은 초록색에 낮게 자라는 것이 잔디이구요.

좀 더 연한 초록색으로 뽀족하게 길게 자라는게 잡초입니다.

 

 

잔디는 뿌리가 서로 엉켜있어서 잘 뽑히지 않는데

잡초는 그냥 쑤욱~ 시원하게 뽑힙니다.

 

 

 

사실은 이번 봉구네 전원일기 제목을 '잔디가 미쳤어요'로 할까도 했어요.

정말 미쳐서,,,, 미친듯 자라고 있거든요.

원래는 1년에 총 3번정도만 깍아주면 되는데..

올해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2번이나 깍아줘야 했습니다.

 

 

빈틈없이 빼곡히 자라는 얘들이 저는 무섭습니다.

잔디깍는 전동기계가 있지만 무겁기도 하고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깍는 내내 팔에 힘을 주고 바닥에 밀착을 시켜야해요.

허리가 아픈 것도 다 얘들 때문~

 

 

더 해가 뜨거워지기전에 집으로 들어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할까~ 검색도 하고

인터넷 장보기도 합니다.

 

 

주방 창문에 비친 작은 하늘을 보며 잠시 멍도 때립니다.

 

 

이날의 요리는 '레몬청'이었습니다.

점심식사는 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집안 가득 레몬향을 풍기며 담았습니다.

 

 

점심을 먹었으니 또 소화시켜야겠죠?

제가 원래 화초를 죽이는 똥손이었습니다만

어쩐일인지 올해 선물 받은 3자매님들은 무럭 무럭 자라주더라고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했지요.

 

 

제가 키우고 있는 반려식물 3자매님들입니다.

처음 만났을때는 모두 주먹만한 아이들이었는데

제가 이렇게까지 키우다니 스스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화초 분갈이를 하다가 보니 페인트가 벗겨진 곳이 있더라고요.

이때가 오후 2시쯤...

한참 뜨거운 시간이지만 모기가 숨어있을 때라서 바로 칠하기로 했죠.

모기한테 뜯기면 하루종일 간지러워 괴롭지만

햇볕에 타들어가는 것은 잠시니까요.

 

 

내가 페인트가 없나~ 붓이 없나~ 사다리가 없나~

시간이 없나~ 힘이 없나~ 기술이 없나~

있을것 다 있는 뇨자인데 다음으로 미룰 필요 없지요.

 

 

들뜬 페인트를 다 긁어서 제거한 후 새 페인트로 칠해주면 끝!

한번 칠하고 마른 뒤 한번 더 칠해주면 됩니다.

이걸 내가 해내다니...

오른팔이 안올라가는 댓가를 치뤘으나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분갈이와 페인트칠을 하고 나니

티셔츠가 땀에 푹~젖어 있었고 기운은 쏘옥~ 빠져있었고..

잠시 당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에 만들어 놓은 레몬청에 시원한 탄산수를 말아 만든 '레몬에이드'

30여년간 사랑해온 나의 최애 간식 'kitkat'

그러고보니 이게 새참인거죠.

 

 

점심때 땀을 흘려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나니 저녁이 되었어요.

화장실 맞은 편 창문에 뜬 보름달이 아름답습니다.

 

 

유난히 밝고 크게 뜬 보름달을 보러 마당에 나왔어요.

밤에는 모기 때문에 밖에 잘 나오지 않는데

달이 너무 예뻐서 오랜만에 나와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봉구네 밤의 모습은 잘 안보여드린 것 같네요.

밤의 제 정원은 이렇습니다.

 

 

달 구경 덕분에  밤 산책을 해봅니다.

낮에는 그렇게 뜨겁더니 촉촉하게 젖어든 잔디가 시원합니다.

 

 

저녁밥을 먹고 나서는 쭈욱~ 쉽니다.

쇼파와 한몸이 되는 거죠.

간만에 '김수현앓이'해봅니다.

 

 

야참은 직접 키운... 유기농 방울 토마토.

지난주 큰언니랑 텃밭 정리를 하면서 토마토들에게 잔소리를 합니다.

 

'너희는 도대체 언제 빨갛게 익는 거니, 계속 누리끼리~~~하게만 있을꺼야?'

'동생아.. 쟤들은 노란 방울토마토야'

'뭐? 토마토가 노란게 있어?'

 

저.. 노란 방울토마토 처음봤어요.

모종살때도 얘들의 정체를  못들었거든요.

그자리에서 샛노란 것을 하나 따먹으니 껍질은 연하고 맛은 달더라고요.

 

 

그렇게 노란 토마토를 오물 오물 씹어먹으며 드라마를  보고나면

저의 하루가 끝납니다.

 

'여보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대견하지? 그치?'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되나봐요.

비가 많이 내린다네요.

비 조심하시고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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