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봉구네 전원일기'

SINCE 2013

이웃님들~

몇일전에 전원일기 전해드리면서 한번더 포스팅하겠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네, 조금은 놀랄 소식입니다만 오늘이 봉구네 전원일기 마지막입니다.

이번주에 이사를 갑니다.

아름다운 봉구네는 행복한 새주인을 맞이할 준비중이고요.

저 또한 새 집을 맞이하기 위해 바쁘게 정리 중입니다.

요리블로그이지만 요리만큼이나 사랑을 받아왔던 '전원일기'였는데요.

더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아쉬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울러~ 그동안 좋은 말씀 나눠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담담하게 전원일기 적어보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봉구네 전원일기'

 

 

 

지난 몇개월 혼자 전원주택을 관리하면서

덜렁대는 성격 탓에 가지치기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하고

눈이 나뭇가지에 찔려 각막이 심하게 상하기도 했지요.

결국 오십견으로 수면제를 먹고 자는 와중에도 끙끙 앓기도 하고요.

지금도 오른 팔에 파스 두장 붙이고 씁니다.

그렇게 부상투혼으로 버텨왔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봉구네였습니다.

 

 

자꾸 다치는 제가 ..... 천둥번개치는 새벽에 시골집에서 혼자 자는 제가..

아파서 운전을 못하고 집에만 있다가 결국 응급실을 가야했던 제가

가족들에게는 늘 걱정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좀 작고 편한곳으로 옮기려고 해요.

 

그도 당연히 옮기라고 했을겁니다.

새 주인을 만났을때,

주저하고 울기만했던 저를 그가 보았다면 분명히 말했을겁니다.

 

"정애야.. 이 바보야 뭐해 빨리 이사가... 이 답답아"

 

갬성보다는 매우 이성적이었던 '그'였으니까요.

 

 

그렇게 이사를 결정하고 나니

하루하루 봉구네에서의 시간은 참 소중했습니다.

누가 매일 이런 아침식사를 하겠어요.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문에 이제서야 맛있게 익어나는 노란 토마토를

더이상 먹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세상 맛있는 나의 토마토입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새로 이사갈 집에 맞춰 짐정리를 합니다.

요즘 전세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인거 아시죠?

16년 된 아파트 전세를 겨우 구하고 보니 붙박이장이 하나도 없어서

저렴한 가구 몇개사서 대대적으로 짐을 정리했습니다.

 

 

텃밭도 앞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들만 남겨놓고 정리했고요.

새주인분들에게는 아이들이 있다는데

토마토를 맛있게 먹어 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창고의 몇가지 짐도 정리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쓰지 않을 전원주택용 살림을 새 주인분에게 드리기로 했거든요.

요즘 아기 고양이들이 밥 먹으러 오는데 그 아이들이 굶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장마를 핑계로 정원을 돌보지 않았더니 아무렇게나 자란 초록이들이 정글수준이었어요.

그래도 마지막 일주일은 봉구네의 제대로된 모습으로 쉬고 싶어서

잔디도 깍았습니다.

아.. 이때 오십견이 절정 수준이 되어 지금 오른팔을 잘 못들어요. ㅠㅠ

 

 

힘들게 정리했지만 역시 아름다운 우리의 정원입니다.

하필 지금 딱 예쁠때인데,

핑크 핑크 배롱꽃~ 보라보라 맥문동~

뭉치 뭉치 솜뭉치  목수국~

" 얘들아 잘 지내라~"

 

 

역시 노동의 마무리는 '파스'

혼자서도 등짝에 파스 잘 붙여요~

그 비결은 바로 긴~~~주걱.

주걱에 파스 한장 착! 얹어 놓고 그대로 등짝으로 스매싱 날려서

바로 주걱으로 슥슥 문대주면

우렁각시가 붙여준듯~ 반듯하게 잘 붙습니다.

 

 

원래 타고난 화초 똥손이지만

지난 몇년간 초록초록한 정원에서 살다 아파트로 이사가면 적응 안될까봐

열심히 공부해가면 키우고 있는 저의 반려식물들 입니다.

 

"얘들아 앞으로 잘 해보자"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를 마시며 '가구배치도'를 그립니다.

저의 이사 노하우인데요.

이사 갈 새집 구조에 맞춰 살림을 어디다 둘것인지 미리 배치도를 그려 붙여둡니다.

허접해보여도 내공 만렙인 이사 직원들은 척척 알아보고 착착 배치합니다.

 

 

배치도를 그리고 있는데

보라보라 맥문동 숲에서  '까만 궁뎅이'하나가 쓱~ 나타납니다.

 

 

 

저희 집 뒷마당 옆에 꽤 큰 공터가 있는데요.

거기가 길고양이 산부인과 병동인가 봅니다.

계절마다 길고양이 새끼들이 태어나는데요.

종종 저희집까지 놀러옵니다.

이렇게 까만 아기가 지금 벌레랑 대치중입니다.

폴짝 폴짝 뛰면서 혼자 전투를 치루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하루일을 마치고 봉구네를 다시 보러 나왔습니다.

역시 아름다운 우리의 집

그와 제가 이집 지을때 정말 많이 고생했는데

힘들었던만큼 편안하고 행복을 주었던 집입니다.

 

 

그때는 저의 키정도 되었던 나무들이었는데

이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만큼 컸어요.

 

 

사진을 찍으려고 집 구석 구석 돌아보니

어디 한구석 예쁘지 않은 곳이 없네요.

이 맥문동도 제가 사다가 직접 심은 애들인데

얼마나 잘 자라주던지 3곳으로 나눠 심어줘야했습니다.

 

 

나의 동네, 우리 마을.

저녁 밥을 먹고 신랑과 저 앞길로 산책을 다니곤 했었지요.

말은 운동이었지만 느려터진 속도로

이꽃 저꽃 다 구경하고 강아지 간식까지 챙겨서 이집 개 저집 개 다.. 아는척하고

참... 행복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극기훈련과 같은 드라마.

병원은 저에게 트라우마 같은 곳이라

귀에 익은 의학용어, 중환자들에게 붙어있는 각종 기계들을 차마 듣고 볼 수 없었고

저렇게 친절하고 열정적인 의사들이 진짜 있나싶기도하며 다소 냉소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일 전 가족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다시 가야했을때,

가족을 위해서라도 이 트라우마를 고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시간날때마다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봉구네 전원일기를 응원해주셨던 이웃님들

오늘로써 마지막이라는 소식을 전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전원일기는 마지막이지만

어딜가든 저와 그가 함께 있으니 '봉구네'는 계속 될겁니다.

새로운 봉구네가 안정이 되면 '랜선집들이' 한번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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