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묵은 때와 체리빛을 극복한 '봉구네 랜선 집들이'

SINCE 2013

이웃님들~

응원 덕분에 이사 잘 마치고 새로운 봉구네도 정리가 다 끝났습니다.

요즘 전세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딸랑~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구해야 해서

이것 저것 따질 것없이 이삿날만 맞는 집을 구했는데요.

아~~~ 16년의 묵은 때를 벗겨내느라 일주일간 고생 고생 쌩고생을 했습니다.

락스 2리터, 소독용 알콜 2리터,강력 세정제 2통을 때려 붓고서야 살만한 집이 되더라고요.

Special thanks to~  나의  자매님들~

입주 청소할 시간이 없어서 청소를 도와준

사랑하는 언니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랜선집들이 시작합니다.

 

 

 

16년 묵은 때와 체리빛을 극복한  '봉구네 랜선 집들이'

 

 

 

짜잔~ 새로운 봉구네를 소개합니다.

체리빛 몰딩이 넘쳐 흐르는 16살 된 아파트입니다.

옛날 아파트에 거실 확장을 해서 전원주택보다는 훨씬 집이 큽니다.

 

 

이번에는 식탁을 거실 창가 앞에 두었습니다.

튼튼한 철제다리를 가진 식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TV를 보겠다고 매번 쇼파에서 식사를 했는데요.

새로운 봉구네는 거실이 커서 식탁에서도  TV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지요. ㅋㅋㅋ

 

 

식탁을 놓고도 공간이 남아서

멍~~~ 때리는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저는 쇼파보다는 무릎을 세우고 쭈그리고 앉는 자리를 좋아하거든요.

네, 청승 맞은 그 자세 ...랍니다.

 

 

멍자리에 앉으면 볼 수 있는 초록 초록한 뷰입니다.

예전의 전원주택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초록색이지만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는 숲과 하늘이 큽니다.

바람도 잘 불어서 땀 흘린 뒤 쉬기 편한 자리예요.

 

 

거실 옆에 주방이 있는데요.

체리 몰딩 징글 징글하게 많죠?

저도 촉박한 이삿날만 아니었음 다른 집을 좀 더 찾아봤을겁니다.

 

 

아..... 회복한 어깨에게 다시 통증을 준  '문제의 주방'입니다.

16년 동안 뭐하나 교체한 것없이 그대로 사용했더라고요.

벗겨지는 시트지, 기름때에 코팅되서 찐득찐득한 촉감,

오랜 장마로 활짝 핀 곰팡이들..

주방청소에만 3일을 매달렸더랬습니다.

 

 

그래서

흰색은 흰색 답게 ~체리색은 체리색 답게~

본연의 색을 찾았고

촉감은 매끄럽게 뽀송하게 되었습니다.

락스야 고맙다~

스팀청소기야 수고했어!!! 

니들 덕분에 불가능한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강력 세정제에 24시간 푹~ 담궈 새롭게 태어난 가스렌지.

도저히 요리를 할 수 없을 정도여서

목이 따끔 따끔해도 강력세정제를 쓸 수 밖에 없었어요.

 

 

16...이라는 년식을 실감하게 하는 '주방후드'

얘 또한 강력세정제로 약 3회 공격했지만.....

겉모습만 겨우 복구했어요.

정체모를 '누리끼리~~'한 액체가 자꾸 떨어지는 내부는 포기했습니다.

그냥 흰색 종이로 막아버렸어요.

 

"전세니까....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은 오바야"

"참자"

 

 

특별할 것 없는 침실입니다.

저는 어느 집에서 살던 침실은 잠만 자니까...

침구류만 깨끗하게 조명은 어둡게 하는 정도로만 꾸밉니다.

 

 

 

작업방도 작업만 하는 방이니까

편리하고 깔끔하게만 정리.

 

 

작업방은 일하는 방이니까 밝게 밝게~ 꾸며서 커텐이나 블라인드를 안하는데요.

그래도 빤스 차림으로 일하고 싶을 때도 있으니

사생활은 보고해야겠죠?

 

 

불투명유리로 교체...했을까요?

ㅋㅋㅋ 전세잖아요.

고방유리시트지 15000원어치 사서 붙였습니다.

 레트로~~~~한것이 예뻐요.

 

 

주방 다음으로 저를 분노하게했던 화장실.

주방에 체리빛 가득했다면

화상질은 옥색빛 천지.

체리와 옥색... 꼭 그렇게 선택해야만 했니?

 

사실 컬러가 중요한게 아니었어요.

이쪽도 락스와 강력세정제로 꼬박 하루를 여기에만 매달려 청소했어요.

그래도 탐탁치 않아 '이케아행주'로 가려주며 마무리.

 

 

이거슨...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인듯~

짬짜면 같은~

오묘한 색을 발산하는 작업방 조명.

 

 

흰색으로 깔맞춤해줬습니다.

이쯤이야 그냥 말그대로 빼서 새것 끼워주기만 하면 되는데

울컥하더라고요.

이사할때마다 저는 청소를 했고 이런 일은 그가 했는데....

이까짓 전구가 뭐라고..

 

 

요즘 제 손에 가장 많이 들고 있는 도구들입니다.

쓸데없이 박힌 못은 뽑아내고

헐거워진 곳은 단단하게 조이고.

구멍난 곳이나 금이 간곳은 실리콘으로 메꾸고.

 

"와.. 혼자서도 잘하고 있구나 정애야. 토닥 토닥. 쓰담쓰담"

 

 

밥해먹을 시간없이 청소 하느라 라면으로 때우는 날도 많았는데...

문득 깨달았습니다.

 

"바보야 여기는 전원주택이 아니라 아파트라고!!!!"

" 넌 이제 배달음식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으흐흐흐흐흐흐흐 다음엔 배달음식 제대루 누려본 후기 써보겠습니다.

 

 

 

청소를 마치면 바닥에 누워 찜질을 합니다.

이제는 뜨겁게 지져야 되는 그런 나이.

 

 

그래도 저는 새로운 봉구네를 좋아합니다.

18층 꼭대기 집이라 뷰가 좋거든요.

 

 

도시처럼 복잡하거나 삭막하지 않아요.

탁트인 전망이 전원생활을 하던 저에게는

오히려 답답하지 않아 좋습니다.

게다가 집 구석 구석 바람이 솔솔 불어와 기분이 상쾌해요.

 

 

밤에는 그저 깜깜했던 전원생활과 달리

아름다운 야경도 있고요.

 

 

이런 조용한 분위기

아마 그도 좋아했을겁니다.

느껴져요.

 

 

많은 분들은 저에게 밥 잘 챙겨먹으라고 해요.

깨끗해진 집을 보니 식욕도 좋아져서

잘 먹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청소만 했던 때와 달리

이제는 낮에 쉴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요.

 

 

아침엔 크로와상이지!!

잘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첫끼로 크로아상도 구워먹습니다.

제가 직접 구운거에요~~

잘 구웠죠?

감탄하지 마세요. 직접 만든거 아니예요.

냉동생지예요. 상온에서 2차 발효만 하면되요.

 

 

이제는 가을이 오려나봐요.

따뜻한 커피가 어울리는 요즘이네요.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을 못만나니 매일 톡으로 서로 인사를 하는데요.

 

"정애야~ 아침에 커피와 스콘이나리~ 너 우아하게 산다"

 

그렇게 보이니?  1인분인 나의 밥상이 외로워 보이는데...

맞은편에 그의 밥상도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가 봤으면 칭찬해줬을만한 잘 찍은 야경사진입니다.

 

'정애야~ 야경사진은 캄캄한 밤에 찍지말고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할때 찍어야 예뻐"

 

"자기야 우리 new~ 봉구네도 예쁘지?"

"자기가 좋아하는게 느껴져..."

" 여기서도 재밌게 잘 살자"

.

.

.

 

봉구네를 좀 더 손봐야해서.. 다음 달에도 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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