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6월 봉구네전원일기 - 혼자서도 잘해요.

SINCE 2013

드디어 본격적인 전원생활....아니 노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뭐했니?'라고 안부를 묻는 언니한테 그저 '일했어'라고만 대답할 정로로...

딱히 무슨 일이라고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마당과 집에서 꽁냥 꽁냥.. 할일이 많은 나날이지요.

쇼파에 늘어져 낮잠을 잘 시간도~

새우깡 껴안고 드라마 볼 시간도 없이

혼자 바쁘네요.

전 무얼하고 사는 걸까요?

 

 

 

20년 6월 봉구네전원일기 - 혼자서도 잘해요.

 

 

작년에는 봄 가뭄 때문에 잔디가 이렇게 빨리 자라질 않았는데

올해는 비도 자주 내리고 햇살도 쨍~~~해서

잔디가 어찌나 잘 자랐던지..

거기에 잔디 무서운줄 모르고 비료까지 뿌려줬으니

영양제 먹고 무럭 무럭 자라났네요.

 

 

내가 힘이 없나~ 시간이 없나~~ 잔디깍는 기계가 없나~~~

길게 자라났다면 깍아주면 될 것을...

뒷마당 창고에서 저 무거운 기계를 들고 앞마당에 온 순간

'할 짓이 아니구나'

좌절하며 10여분간 멍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면 뭐하겠어요.

내 잔디 ... 굳이 영양제까지 먹여가며 키운 내 새끼들... 내가 다듬어 줘야죠.

 

 

무거운 기계를 울퉁불퉁한 바닥에 밀어가면 1시간 고생하니

이리 고운 잔디 카페트가 되었네요.

 

 

잔디 깍는 일은 전원노동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다음 날은 데크에 기름칠(오일스텐)을 했습니다.

기름을 먹어야 나무가 뒤틀어지거나 깨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거든요.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름을 먹이는 것이니

기술이랄것도 없이 그냥 듬뿍 듬뿍 발라주면 됩니다.

이런 단순 노동 제대로 취향저격입니다.

 가볍게 30분만에 해결했습니다.

 

 

앞마당만 관리해주면 뒷마당 아이들이 서운해합니다.

저의 일용할 양식들이 잘 자라게 다시 정리해줬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토마토는 가지가 꺽이지 않게 기둥을 박아서 줄로 묶어주고

상추는 크게 자라라고 작은 것들을 뽑아 솎아주고...

또 여기서 1시간 훅~ 그냥 지나갔습니다.

 

 

 

앞마당의 노동은 눈으로 즐기는 보람이 있다면

뒷마당의 노동은 먹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시장에 파는 토마토는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서 유통과정에서 익게 되는데

집에서 키운 것은 충분히 빨갛게 익은 후에 따먹기 때문에 훨씬 달아요.

 

 

그리고 의문의 깻잎...

들깨는 심어 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씨앗이 날아 왔는지

제 텃밭에 자리를 잡아 미친 듯이 자라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쌈채소정도로만 따먹자.. 했는데

아주 잘 자라줘서 제대로 자리 잡아주고 깻잎장아찌용으로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혼자서.. 사고도 쳤습니다.

전에 타고 다녔던 차는 사고 한번을 안냈는데 두번째 차는 저 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이왕 사고 나는거 누가 와서 박아주면 좋을 것을...

가만히 있는 벽에 제가 스스로 가서 박았습니다.

박은데 또 박았으니 크게 손해랄것도 없다며  더 박고 깔끔하게 갈아치우기로~~~~~

요즘 찌그러진 차 타고 다닙니다.

 

 

앞마당과 뒷마당은 초록 초록한게 여름이라고 말하는데...

집안은 칙칙한 것이 아직 겨울입니다.

 

 

절대 물 빨래하지말라고 경고했던 카페트~

가뿐히 무시해주고

비누 거품물 풀어서 솔로 빡빡~ 문대서 속 시원하게 빨았습니다.

모양이 변형 될 수 있다는 경고와 달리

모양 반듯하고 칼라 선명하게 잘 빨았습니다.

이런 쓸데 없는 경고보다는

물을 흡수한 카페트가 얼마나 무거운지 허리가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했었어야 했어요.

저렇게 빨래줄에 널기까지

8번의 시도 끝에 .. 겨우 성공해서 쇼파까지 기어왔답니다.

 

 

 

허리가 풀어 질때쯤

마당에 있는 남천이를 화분에 심었습니다.

'전화위복'이라는 꽃말이 좋아서 집에다 심었어요.

이때 또한 저 무거운 화분을 들고 들어오느라고..

다시 허리는 나가고~

쇼파가 바로 앞에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집 안도 여름 분위기로 바꿨습니다.

13년 동안 사용한 가죽쇼파를 작년에 바꾸기로 했었는데..

추억이 많은 물건이라 미련이 남아 몇개월을 더 고민하다 바꿨어요.

 

 

무심히 던져 놓은 부채하나...

이거슨~ 발리 스타일???

아니 아니 태국 치앙마이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창가에 멍자리 하나 마련했습니다.

네, 멍때리는 자리입니다.

비오는 날 창가 바닥에 앉으면 기분이 차분해 지고 좋거든요.

이소라 ' 바람이 부네요'를 들이면 눈물 한방울 뚝~

청승 청승 개청승 떠는 자리입니다.

 

 

이젠 좀 쉴까했는데..

잔디가 또 무럭 무럭 자랐습니다.

영양제를 줬던 제 손모가지를 탓해봅니다.

 

 

마지막으로... 실리콘 도전 해봅니다.

집 안팎의 작은 구멍을 깔끔하게 매꿔주었습니다.

처음 하는 것인데 어찌나 매끄럽게 잘 하는지..

재밌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통 다 때려넣었습니다.

그렇게 잘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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