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그립습니다 -'19년11월 봉구네전원일기'

SINCE 2013

11월에는 빨갛게 물들이 예쁜 정원을 보여드릴 수 있는...

전원일기를 쓸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집을 제대로 살펴볼 시간이 없네요.

네, 전 아직도 간호중이고 저의 완전소중한 환자님은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이맘때쯤이면 무를 뽑아 시래기를 말리고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고

앞산에서 밤을 주우러 다니곤 했습니다.

올해는 가을을 그냥 병원에서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집을 좋아해서 집돌이 집순이였던 저희 부부에게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그립네요.

11월의 전원일기는 간호일기로 대신해보겠습니다.

 

 

 

일상이 그립습니다. - '19년11월 봉구네전원일기'

 

 

 

매년 보여드리는 모습이지요?

가을이라 가을답게 정원의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졌습니다.

머그컵 가득 카페라떼 한잔 타서 마당을 거닐며 폼 잡기 좋은 날인데요.

그 똥폼은 지난 가을 많이 해봤으니까 올해는 그냥 이른 아침에 슬쩍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간호가 시작되고 나서는 텃밭은 나몰라라~ 관리를 못하고 있는데

우리 애기들은 그걸 바랬나봅니다.

11월초까지는 날이 따뜻해서인지 여름 작물인 토마토가 꽤 많이 열렸어요.

제법 맛도 달달해서 한동안 아침식사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사랑하는 룸메이트님께서 입원중이시니 집에 혼자 들어오면 허전합니다.

매일 밤 차 시동소리가 들려오면 현관까지 마중 나와 야옹대는 꼬맹이 덕분에

작은 위로가 됩니다.

 

 

꼬맹이는 누군가 주신 선물일까요?

저를 제법 친절하게 위로해줍니다.

집에 들어와서 불이 켜지는 순서대로 그 방 앞에서 야옹야옹~ 말을 시켜요.

주차를 할때는 현관에서 야옹야옹~

집에 들어오자마자 주방 불을 켜면 주방 창 앞에서 야옹야옹~

그리고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불을 켜면 그 앞에서 야옹야옹~

씻으러 화장실로 가면 바로 붙어 있는 뒷마당에서 야옹야옹~

마지막으로 거실 쇼파에 앉아 있으면 앞마당에서 야옹야옹...

끝내 피식~ 웃어버리게 합니다.

 

 

 

친절한 꼬맹이와 달리  애미뇬이는 간호활동으로 밥을 잘 못챙겨주자 집을 나갔습니다.

이뇬은 습관성 가출병이 있어요.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니 그때서야 집에 쳐~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집에 무려 구스다운을 깔아줬거든요.

 

 

그래도 한마리보다는 두마리가 있는게 집이 덜 허전하네요.

매일 밤 뒷마당 문앞에서 서서 저를 반겨줍니다.

 

 

네... 저는 여전히 간호중입니다.

매일 새벽 6시반에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일출을 보며 그에게 갑니다.

 

 

오랜 병원 생활로 인해 주차비가 부담이 되데요.

동네 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갈아타고 병원을 갑니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가요?

혼자 병원을 오가는 길이 좀 외롭습니다.

 

 

병원에 입원한지 3주째가 되는 날.... 진상짓 좀 했습니다.

그동안은 5인실 가장 안쪽 그늘지고 좁은 자리에 있었는데

창가쪽 넓은 자리로 기습 이사를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자리 이동을 못하게해서 우울하게 구석에 쳐박혀 지내고 있었어요.

같은 병실 어머님들이 불쌍하다며 꿀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옮겨 뭘 말해..."

 

창가 자리로 오니 저나 환자님이나 기분이 한결 좋았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먹고 있는 환자님이 조심해야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치솟아오르는 '당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과자하나 먹었습니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였으니까요.

이나이에 과자 먹었다고 혼나보기는 처음이네요. 뻘쭘~

 

 

병원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머리가 길게 자랐습니다.

뭐... 더벅머리도 멋있기만한 나의 환자님입니다만

머리를 감겨줄때 자꾸 귓속으로 머리 카락이 들어가서 제가 잘라 주였습니다.

어떨결에 요즘 중딩들이 하는 바가지컷이 되었네요.

어머님들이 귀엽다며 폭풍칭찬을 해주시면 42병동 꽃미남이 되었습니다.

 

 

환자님과는 같읕 회사에서 만나서 같이 퇴사를 하고 같이 장사를 하며...

지금까지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데요.

병원에 그를 두고 혼자 집으로 향하는 길이 외롭습니다.

의사쌤은 자꾸 어려운 병명을 말씀하시며 고개를 떨구시는데

저는 어머님께서 전해주셨던 점쟁이의 예언을 더 믿고 싶네요.

12월에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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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먹고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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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이 12개 있습니다.

      • 계속 스토리에 들어와 봤습니다. 혹시 새글이 올라와 있는지 보려구요.
        얼릉 퇴원하셔셨다는 소식이 있기를 바라면서요.
        아직도 병원에 계시다니 ㅠㅠㅠ
        기운 내세요. 꼭 완쾌하실거라고 믿습니다.

      • 요즘 혼자 병원 다니느라 외로웠는데 이렇게 저에게 관심과 응원을 주신 분이 계셨군요.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병원은 오래.... 다녀야 할것같습니다.
        받아들이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보려고해요.

      • 날씨도 추워지는데 여전히 고생이 많으시네요 ~
        창가자리는 그냥 자리 생기는 즉시 낼름 옮기는게 정답인데...주변분들이 말씀을 잘해주셨네요
        저도 병원생활 오래했었는데 창가자리는 병실내 서열대로 옮겼는지라 기회가 없었네요 ~ 창가자리는 보호자가 편한자리인데 옮기셔셔 다행입니다.

      • 옮겨보니 창가자리 너무 좋네요~~
        저희는 이제 장기입원자가 되어서 서열이 좀 높아졌나봅니다.
        모두들 저희보고 그자리가라고...
        간호사분들도 스윽 보시고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네요.
        그나마.. 병원 생활이 좀 나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점쟁님의 말이 맞건 틀리건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믿으세요.
        어쨌거나 시간이 가야 모든 결과가 돌아오니까요. ^^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당장 답이 안나오고 절망적일때는 시간이 다 해결해줄테니까 그날 그날 최선을 다해보자고...
        그렇게 지나다보면 좋은날이 오리라고 기대해봅니다.

      • 비밀댓글입니다

      • 한국도 겨울이 시작되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따뜻한 겨울이 될거라네요.
        날씨까지 추우면 병원 다니기 더 힘들뻔했는데 다행입니다.
        이번주는 정말 힘든 주였는데... 오늘 오랜만에 블로그들어오니 힘이 나네요.
        감사합니다.

      • 아고 큰일이있었군요 몰래몰래 들와보다가 왠지 위로의글이라도 써야 맘이 편할듯하여 몇자남기고갑니다 부군의건강이 얼른 회복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무엇보다 옆에서 간병하시는분의 건강을 잘 챙기셔야합니다 때 거르지마시고요 감기조심하세요.

      • 누구나 언제든 오셔도 되는데 왜 몰래 몰래 오셨어요.
        대문 뻥~ 차고 대놓고~ 들어오세요.
        환영입니다.
        다만, 제가 요즘 대접할만한 요리소식이 없어서 죄송하네요.
        게다가 좋은 소식을 못드리겠네요.
        간병은 좀 오래.... 아주 오래할것같아요.
        힘 낼께요.
        잘 먹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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