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그립습니다 -'19년11월 봉구네전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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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는 빨갛게 물들이 예쁜 정원을 보여드릴 수 있는...

전원일기를 쓸것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집을 제대로 살펴볼 시간이 없네요.

네, 전 아직도 간호중이고 저의 완전소중한 환자님은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이맘때쯤이면 무를 뽑아 시래기를 말리고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했고

앞산에서 밤을 주우러 다니곤 했습니다.

올해는 가을을 그냥 병원에서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네요.

집을 좋아해서 집돌이 집순이였던 저희 부부에게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그립네요.

11월의 전원일기는 간호일기로 대신해보겠습니다.

 

 

 

일상이 그립습니다. - '19년11월 봉구네전원일기'

 

 

 

매년 보여드리는 모습이지요?

가을이라 가을답게 정원의 나무들이 붉게 물들고 낙엽이 하나둘씩 떨어졌습니다.

머그컵 가득 카페라떼 한잔 타서 마당을 거닐며 폼 잡기 좋은 날인데요.

그 똥폼은 지난 가을 많이 해봤으니까 올해는 그냥 이른 아침에 슬쩍 보고 오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간호가 시작되고 나서는 텃밭은 나몰라라~ 관리를 못하고 있는데

우리 애기들은 그걸 바랬나봅니다.

11월초까지는 날이 따뜻해서인지 여름 작물인 토마토가 꽤 많이 열렸어요.

제법 맛도 달달해서 한동안 아침식사로 맛나게 먹었습니다.

 

 

사랑하는 룸메이트님께서 입원중이시니 집에 혼자 들어오면 허전합니다.

매일 밤 차 시동소리가 들려오면 현관까지 마중 나와 야옹대는 꼬맹이 덕분에

작은 위로가 됩니다.

 

 

꼬맹이는 누군가 주신 선물일까요?

저를 제법 친절하게 위로해줍니다.

집에 들어와서 불이 켜지는 순서대로 그 방 앞에서 야옹야옹~ 말을 시켜요.

주차를 할때는 현관에서 야옹야옹~

집에 들어오자마자 주방 불을 켜면 주방 창 앞에서 야옹야옹~

그리고 옷을 갈아입으러 옷방에 불을 켜면 그 앞에서 야옹야옹~

씻으러 화장실로 가면 바로 붙어 있는 뒷마당에서 야옹야옹~

마지막으로 거실 쇼파에 앉아 있으면 앞마당에서 야옹야옹...

끝내 피식~ 웃어버리게 합니다.

 

 

 

친절한 꼬맹이와 달리  애미뇬이는 간호활동으로 밥을 잘 못챙겨주자 집을 나갔습니다.

이뇬은 습관성 가출병이 있어요.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니 그때서야 집에 쳐~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집에 무려 구스다운을 깔아줬거든요.

 

 

그래도 한마리보다는 두마리가 있는게 집이 덜 허전하네요.

매일 밤 뒷마당 문앞에서 서서 저를 반겨줍니다.

 

 

네... 저는 여전히 간호중입니다.

매일 새벽 6시반에 집을 나섭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일출을 보며 그에게 갑니다.

 

 

오랜 병원 생활로 인해 주차비가 부담이 되데요.

동네 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갈아타고 병원을 갑니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인가요?

혼자 병원을 오가는 길이 좀 외롭습니다.

 

 

병원에 입원한지 3주째가 되는 날.... 진상짓 좀 했습니다.

그동안은 5인실 가장 안쪽 그늘지고 좁은 자리에 있었는데

창가쪽 넓은 자리로 기습 이사를 갔습니다.

병원에서는 자리 이동을 못하게해서 우울하게 구석에 쳐박혀 지내고 있었어요.

같은 병실 어머님들이 불쌍하다며 꿀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옮겨 뭘 말해..."

 

창가 자리로 오니 저나 환자님이나 기분이 한결 좋았습니다.

 

 

스테로이드를 먹고 있는 환자님이 조심해야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치솟아오르는 '당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과자하나 먹었습니다.

11월 11일... 빼빼로데이였으니까요.

이나이에 과자 먹었다고 혼나보기는 처음이네요. 뻘쭘~

 

 

병원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머리가 길게 자랐습니다.

뭐... 더벅머리도 멋있기만한 나의 환자님입니다만

머리를 감겨줄때 자꾸 귓속으로 머리 카락이 들어가서 제가 잘라 주였습니다.

어떨결에 요즘 중딩들이 하는 바가지컷이 되었네요.

어머님들이 귀엽다며 폭풍칭찬을 해주시면 42병동 꽃미남이 되었습니다.

 

 

환자님과는 같읕 회사에서 만나서 같이 퇴사를 하고 같이 장사를 하며...

지금까지 한번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는데요.

병원에 그를 두고 혼자 집으로 향하는 길이 외롭습니다.

의사쌤은 자꾸 어려운 병명을 말씀하시며 고개를 떨구시는데

저는 어머님께서 전해주셨던 점쟁이의 예언을 더 믿고 싶네요.

12월에는 일상으로 되돌아간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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