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웃님들!!
제가 가족 병간호 때문에 잠시 요리를 쉰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의 기대와 달리 '나의 사랑하는 환자분'은 아직도 병원에 계시고 저는 여전히 열혈 간호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번 치료를 가시면 4시간정도 저에게 멍때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그 시간이 저를 좀 우울하게 만듭니다.
왜 진작에 병원에 와보지 않고 병을 키웠나.... 후회도 하게 되고
혹시 이병일까? 저병일까? 제가 이것 저것 찾아보면서 쓸데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부터 노트북을 들고나와 블로그질을 좀 해볼까합니다.
여기는 큰 창에서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병원 내에 있는 카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카페라떼 마시면서 블로그질을 좀 하니 잡생각도 안들고 시간도 금방 가니 좋네요.
아픈 와중에도 '나의 사랑하는 환자분'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끊어주셔서... 좋아하는 음악도 스무쓰~하게 들어봅니다.
센스쟁이 환자분같으니라구~~
'나의 사랑하는 환자분'은 지금껏 검사를 했는데도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본격적으로 치료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벌써 2주째인데요.
길어지니 이제는 저를 걱정해주시네요.
'너까지 아프면 안되니 밥 잘 챙겨먹어라'
네 , 저 밥 잘 챙겨먹고 있어요.
걱정하는 와중에도 육식본능은 죽지 않아서 늘 고기 반찬으로만 골라 잘 먹고 살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제 밥 사진을 찍어서 가족단톡방에 올립니다.
' 가족분들... 저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센스쟁이 환자분이나 저나 문병을 원치 않고 있습니다.
사실 병원이라는 곳이 편히 쉴곳은 못됩니다.
피 뽑고, 혈압 측정하고, 소변 검사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반복되고
하루에 한두번은 별도의 검사가 있고
의사쌤 회진에
병실이 5인실이라 위 검사들을 각자하느라 환자와 간호사들이 수시로 들락 날락하고..
가족, 친구들은 근황이 어떤지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오고..
왠만하면 손님들께 병원에 오지 말고 그냥 지켜봐 달라고 하거든요.
그냥 쉬게 해달라고...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어느날 친구가 잠깐 병원 1층에서 보자고 하더니 박스하나를 툭 주고 가더군요.
'기지배..... 눈물나게 왜 이래.... 고마워 베프야...'
사랑스런 나의 환자분의 저녁식사와 간식을 챙겨주고 저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차장의 야경이 탁 트인것이 시원시원한데요.
이곳에만 오면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만
이곳에서 야경을 멍하니 보고 있으면 문득 한대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답답한 속이 좀 풀릴것 같아요.
평소 '제가 주는대로 먹는게' 큰 매력이었던 환자분이 입맛이 없어졌어요.
치료식이라고해서 양념을 전~~~혀 안해서 반찬이 밍밍~ 맹맹~ 싱겁거든요.
채소는 쓴맛이 올라오더라고요.
퇴원을 해도 한동안은 이렇게 요리해야할것 같아 매일 식단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그러나... 어제는 병원생활 중 가장 기뿐 날이었어요.
의사쌤이 밥을 '일반식'으로 바꿔주셨거든요.
짭조름하고 매콤한 반찬을 맛보니 환자분이나 저나 아주 신이 났습니다.
환자분이 식사량이 워낙 적어서 저도 같이 먹으면서 둘이 끼니를 해결하거든요.
이렇게 수다를 떨다보니 벌써 '나의.... 소중하고 사랑스런 환자분'의 치료시간이 끝나가네요.
휄체어를 들고 모시러 갈 시간입니다.
덕분에 지루하고 걱정의 시간 잘 보냈습니다.
이웃님들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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