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네 전원일기 8월 - 시골의 하루는 참 버라이어티하다~

SINCE 2013

서울시 2층짜리 연립주택에서 태어나

40여년을 아파트에서만 살던 저는

하루는 그냥 밥하고 치우고 청소하고 쉬다기 또 밥하고 치우는 단순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골에 오니 ..특히 여름이 되니 할일이 왜 이렇게 많은지..

그런데 하루를 마감하고 뭐가 그렇게 바빴나.... 돌이켜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일을 찾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시골이니까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벌린 일이 많더라고요.

동네 어머님들이 보면 '이건 일도 아녀~~' 라고  과소평가하시겠지만

초보 시골댁의 바쁜 여름일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봉구네 전원일기 8월 - 시골의 하루는 참 버라이어티하다

 

 

7월부터 시작된 더위는 아... 8월에 그 사악함을 절정으로 드러내고 있는데요.

8월 어느 날 잠깐 시원~~하게 내린 소나기 사진으로 열 좀 식혀보겠습니다.

시골은 안 더워~ 에어컨 틀 일이 없어~ 라는 동네 어르신 말씀에 에어컨 설치를 안했더니

찜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아침 반가운 소나기가 내렸지요.

돌아가신 친정아버님이 살아오신것 마냥~ 반갑고 반가워 마당으로 뛰쳐나가 모닝커피한잔 하며 한참을 멍때려봤습니다.

 

 

비가 그치자 마자 다시 시작된 더위...

입맛이 없었지만 먹기라도 해야 힘내서 더위를 버텨보지 않을까해서 이른 점심준비를 합니다.

메뉴는 동네 목청 좋은 암닭이 새벽에 방금 낳은 유정란 달걀 말이!!

잡초 뽑으런 나간 신랑이 왕창 얻어왔네요.

마트표 달걀보다 작디 작지만

서울에 사는 친구들은 무공해 유정란을 비싼 돈주고 택배로 주문해 먹는다는데

저희는 그냥 잡초 뽑다가 Get!!

 

 

크기가 작다고 10여개를 그냥 한꺼번에 부쳤더니... 돌돌 말수록 점점 커지는 달걀말이!!

두툼한 두께에 목메어 죽는 줄 ㅠㅠ

그러나 더욱 고소하고 식감은 부드러워서 맛있게 점심 해결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해는 더욱 강렬하게 내리쬐고~

 

 

강렬한 햇볕이 반가운 이유는 딱 하나 '고추말리기' 때문!

고추는 화학비료를 줘야 병충해 없이 빨리~많이 자란다고하데요.

그런데 저희는 그냥 친환경퇴비만 줘서 수확량도 작고 못생겼지만

100% 유기농으로 오로지 태양에 바싹 말리고 있습니다.

건조한 가을 바람에 한번더 말려서 '이보다 더 건강할 수 없는 고추가루'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앞마당에 고추를 펼쳐 놓고 부랴 부랴 뒷마당으로 나와서 겉절이를 담궈봅니다.

아파트 주방에서는 김치 한번 담굴려면 쫍아서 큰 주방도구를 편하게 쓸 수가 없었는데요.

마당이 있으니 이것 저것 맘대로 펼쳐서 쓸 수 있고

시원하게 물청소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리촤~~~드 용재 오닐과 유키 구라모토가 함께 연주한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아이스커피 마셔가며~

아주 우아하게 배추겉절이 담갔지요. ㅋㅋㅋㅋ

신랑왈~ 아줌마표 꽃바지 입고 겉절이 담그면서 쓸데없이 고상하다며~

 

 

뒷마당 정리하고 이제는 좀 쉬나~~~했더니

옴마~ 밤에나 올 수 있다던 에이컨설치기사님이 오셨네요.

올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바로 이날~

에어컨 파워버튼을 누루고 은혜로운 시원한 바람을 맞은 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제가 사는 시골의 여름은 도시와 마찬가지로 참 덥습니다.

그러나 주위 산이 있어서 그런지 열대야는 없기에 에어컨 없이도 7월을 버틴 것 같네요.

 

 

에이컨 바람이 온 집안을 시원하게 식혀주니 또 몸이 근질 근질...

6월에 재단해두고 더워서 미뤄두었던 재봉질을 좀 했지요.

큰 쿠션커버를 하나 만들어서 새옷을 갈아 입히니 이제야 깔맞춤이 완성되었습니다.

또 신랑 왈 깔맞춤, 줄맞춤, 각잡기,,, A형병 또 나왔다며~~ ㅋㅋㅋ

 

 

더울때 운동하면 살이 더 잘 빠질꺼야!!

이 더위에 운동하면 기절한다고 말리는 신랑을 뿌리치며 운동 나왔습니다.

요즘은 제법 멀리까지 나오는데요.

제가 사는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의 모습입니다.

대략 70여가구가 모여사는 시골 마을인데요.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공기 좋고 겨울에 특히 따뜻한 동네입니다.

 

 

입추가 얼마전에 지났다고 자연은 이제 가을을 맞을 준비를 하나봅니다.

얼마전까지만 초록풀이었던 벼에서 이렇게 쌀이 주렁주렁 달려있네요.

 

 

 

 

우리 이웃님의 이 시기 필수 아이템 '깡통&스틱'

벼가 제법 알맹이가 커지니 참새들의 어택이 들어오나 봅니다.

그럴때면 잽쌔가 사진 속의 깡통을 스틱으로 두들겨서 참새를 쫓아 버려야합니다.

꼭 주인만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 지나 갈때마다 참새가 있으면 누구나 깡통을 두들겨 줍니다.

저도 깡통 연주를 하는 것으로 간단한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저녁~

운동은 ... 맛있는거 먹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며..

뭐 살도 빠지면 좋고!!

올해 숙원사업이었던 '에어컨 설치'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저녁 메뉴는 '치맥'으로 마무리!!

에어컨 덕분에 집안은 시원하지만

열대야 없는 시골의 밤도 시원해서 마당에 돗자리 깔아 '낭만 치맥' 먹었습니다요~

 

 

아마 아파트에 살았다면

고추를 말리지도 않았을테고, 좁은 주방이 불편해서 아마 김치는 사먹었을 테고,

푸른 논이 펼쳐진 시골길 운동도 못했을 겁니다.

아~~ 게다가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풋풋한 풀향 맡으며 마당에서 신랑이랑 도란 도란 수다떠는 치맥도 없을 테고요.

 

아마 그냥 밥 먹고 헬스장 다녀와서 TV 앞에서 전투적으로 치킨을 뜯는게 전부였을 겁니다.

시골 생활 덕분에 기분 좋게 바쁜... 버라이어티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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