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시골마을에 살면 그날이 그날 같겠지만 매달 수다떨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네요.
시골은 봄에 심어 놓은 각종 농작물들이 자라서 6월이 되니 반찬거리가 될 정도로 많이 컸는데요.
작년 가을에 이사와서 아직 동네 이웃님들 얼굴도 다 익히지 못했지만
만날때마다 인사드리고 어느 집 산다고 알려드리니 밭에서 이거 따가라 저거 따가라...
인심 좋게 많이 챙겨주시네요.
오늘은 제가 매일 점심을 먹고 늦은 오후 나가는 시골 산책길을 소개시켜드릴께요.
봉구네전원일기 6월 - 시골인심은 식탁을 풍성하게~
슬픈 소식부터 짧게 전해드릴께요.
지난 5월 뒷마당에 있는 살구나무로 살구청을 만들겠노라!! 다짐을 했었는데요.
몇주간 비도 안오고 퇴비도 안주고.. 그냥 두었더니 영양실조에 걸렸나..
살구가 익지 못하고 썩어 떨어지고 있어요.
안타깝지만 올 봄 살구꽃비를 내려준 것으로 감사해하며 내년엔 퇴비를 주고 건강한 살구를 기대해야겠어요.
(저희 집 땅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서 돌보지 못했거든요ㅠㅠ)
그동안 저희 집 모습만 보여드렸는데 마을도 살짝 보여드릴까요?
전원 생활이라고 하지만 산속 오지가 아니라 마음 좋은 이웃님들과 모여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매일 늦게 점심을 먹고 이렇게 노을지는 저녁에 마을 산책을 나가는데요.
집 뒤로 지는 노을이 참 아름다워 꼭 시간 맞춰 이자리에 서서 노을을 한참 보는 것으로 산책을 시작합니다.
노을은 아파트 살때도 언제나 있었는데 그때는 왜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지
이렇게 아름다운데 말이지요.
저희 동네는 큰 편인데 저는 항상 집 앞에 이 논까지만 나와 산책을 해요.
물론 신랑과 함께 할 때는 더 멀리 나가지만.. 혼자 일때는 요기까지만..
저랑 종종 수다를 떠는 동네 선배 꼬마님께서.. '울동네 뱀나온다며...'
실제로 지난 가을에 뱀을 약 2회 목격하였기에 ㅋㅋㅋㅋ
뱀 나오면 당황하지 않고 집으로 쏙~ 들어가기 위해 집 앞까지만 혼자 어슬렁 거립니다.
집앞까지만의 산책이지만 이것 저것 구겨할 것이 많아 30분은 밖에서 놀다 들어가는데요.
뒷집 장미 넝쿨에 코를 들이 박고 있으니
이웃님께서 가장 탐스러운 장미 3송이를 꺽어 주셨어요.
태어나서 장미 꽃 한번 못받아본.. 굴욕적인 여자인생을 살고 있는 저를 이웃님이 구원해주셨네요.
이렇게 식탁에 꽂아 놓으니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 기분이 훨씬 좋아요.
장미꽃이 질 때쯤 서운하지 말라고 다른 꽃들이 피어나네요.
혹시 이꽃의 이름이 무엇일까요? 접시꽃같은 모습인데.. 훨씬 더 예쁘네요.
어릴때 가을 운동회에서 꽃종이로 이런 꽃 접어서 손목에 차고 춤을 췄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그밖에 채송화 같은 꽃도... 요즘 핫한 양귀비꽃도
그냥 무심하게 여기저기 피어 있는게 ... 뭐 이정도가 시골 클라쓰!!
그런데요 제가 꽃사진을 찍고 있는데 앞집 꼬마가 저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작가님 저희 집 정말 예쁜 꽃있어요. 사진찍으러 오세요"
ㅋㅋㅋ 작가님???
언젠가 이 꼬마가 저보고
"아주머니.. 뭐하시는 분이세요? "
" 나? 그냥 살림하는 아줌마지" 라고 했다가 뭔가 더 말해주길 원하는것 같아서..
" 인터넷에다가 글도 쓰고 있지" 라고 했더니..
저보고 작가님이라고.. 예의바르게 '님'자도 꼭 붙여주네요
참 귀엽죠?
저 혼자 마을 산책을 나갈때는 그냥 집앞에서 꽃구경하는 것이고요.
신랑과 멀리 나갈 때는 검은 봉다리를 꼭 들고 나갑니다.
나갈 때마다 만나는 이웃님들이 농작물 이것 저것 주시기도 하고
아예 그냥 아무때나 와서 따가라고 밭을 통째로 내어주시기도해요.
2주전에는 매실을 얻어와서 술도 담궈놨구요.
농작물 채취권을 통크게 주신 이웃님 밭에서 얼갈이 3포기 뽑아와서
보글 보글 된장국도 끓여 먹었답니다.
그리고 집집 마다 있는 앵두나무에서 빨갛게 잘 익은 것만 한주먹씩 따오기도 하고
제가 앵두 딸 동안 신랑은 완두콩이랑 고추도 얻어오고
인심 좋은 이웃님들이 덕분에 채소는 돈주고 사먹을 일이 없어요.
그리고 채소를 더 자주 많이 먹게되니 건강해질 것 같고요.
맨날 얻어만 먹고 다니냐구요?
아니요~~~ 저희도 뒷마당에 작은 텃밭이 있어요.
동네 이웃님들의 밭에 비하면 단칸방 수준이지만 저희 집 두식구가 먹기엔 충분합니다.
상추는 이미 5월부터 매일 한바구니씩 따먹고 있고요.
상추가 숙면을 도와 준다더니 1일 1식상추를 했더니 하루 10시간을 꿀잠 자는 신기록 달성중입니다.
사실 저는 살림만 하기 벅차다고 엄살을 부려서 신랑이 밭이면 조경이며 혼자 다 관리하고 있는데요.
신랑이 부지런히 키워준 덕분에 곧 있으면 토마토쥬스를 먹을 수 있겠어요.
부추는 자르면 또 자라고 계속 자라서 부침개, 무침, 볶음.. 벌써 4번째 요리를 해먹고 있고요.
제가 매월 전해드리는 전원일기를 보시고 부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네.. 이렇게 초록 초록한 마당이 있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한 일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싱크러운 정원을 유지 관리하는게 보통 일이 아닙니다.
생명력 강하다던 잔디는... 그 생명력만 믿고 그냥 두었더니
영양실조 걸렸다고 해서 비료 주고.. 비료가 그대로 있으면 안된다고해서 녹을 때까지 물을 주고..
매일 새롭게 자리는 잡초도 뽑아야하고
죽은 잔디 지푸라기 제거해줘야하고..숨구멍 뚫어 줘야하고 깍아 줘야하고..
잔디.. 키우는거 쉽지 않습니다. 하루 1시간씩 집중 관리해줘야겠더라고요.
그리고 전원생활에서 여름은 '벌레와의 전쟁'입니다.
이미 몸은 도시보다 더 독한 시골 모기한테 수십군데 공격 받았고..
방충망이 있어도 아주 작은 벌레가 빛을 보고 들어와서 책상이며 바닥이며 쌓여있지요.
벌레 시체를 치우는게 하루의 시작입니다.
도시 아파트보다 마음은 더 여유로와 지나. .몸은 더 바쁜 것이 시골살이인듯해요.
그래도 저는 선택을 하라면 아파트보다는 전원생활을 택할겁니다.
지금 이글을 쓰면서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숲의 향기를 듬뿍 담은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 속에 담긴 개구리 울음소리가 너무 좋네요.
그밖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하고 편안한 밤이 좋습니다.
게다가 빛 공해없는 캄캄한 어둠도 좋습니다.
7월에는 본격적으로 장마도 올텐데요.
이 집에 이사와서 비오는 계절은 처음 맞는 거라 기대 반 걱정 반이네요.
비오는 날에 또 어떻게 보내게 될지 봉구네 전원일기 7월 기대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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