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봉구가 왔어요.

SINCE 2013

이웃님들 오랜만이예요.

제가 예전에는  제가 사는 이야기를  종종 들려드렸는데...

오랜 이웃님들은 다 아실꺼예요.

잘 살고 있지만 딱히 전해드릴 소식이 없다가... 건수(?)하나 생겨서 신나게 포스팅해봅니다.

사실... 저희 집 봉구네는  '봉구없는 봉구네'였었죠.

신랑이 우리도  나중에 반려동물을 꼭 키우자며  이름은 '봉구'라고 하자고 했던 그.. 이름입니다.

지난 가을... 제가 늘 차를 대던 자리에 말라서 등뼈가 그대로 드러난 '고양이' 한마리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입가엔 핏덩이가 다닥 다닥 붙은 것이.. 알고 봤더니 구매염 때문에 출혈까지 있던 아이더라고요.

밥을 주기 시작했죠. 

입이 아파 딱딱한 사료를 못먹어서 습식사료를 가을 내내 주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영하10도로 떨어진 겨울 날.. 이 사료마저 꽁꽁 얼어서 못먹게 되었어요.

이 아이가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습니다.

 

 

 

 

 

 

 

길고양이 봉구가 왔어요.

 

 

가을 내내 입양을 고민하긴 했었지만 신중하자... 결정을 미루고 미뤄왔었습니다.

갑자기 한파가 몰아닥치고 폭설까지 더해지자 마음이 불안해지더라고요.

일단 살려보자 싶어서 구조하기로 결심했어요.

아파트에 길고양이를 적극적으로 보살피는 분이 계셔서 쉽게 통덫을 빌렸고요.

인연이 되려는지.. 반나절만에 그렇게 저에게 이 아이가 와주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고 약도 받아서 집으로 데려 왔어요.

 

 

봉구가 혼자 있을만한 공간이 안방 화장실 뿐이라 임시로 거처를 마련해줬습니다.

저희집은 안방을 드레스룸으로 쓰고 안방 화장실을 쓰지 않아서 깨끗합니다.

처음 이사온 날 락스로 깨끗히 화장실을 청소한 뒤. 한번도 사용한 적없습니다.저 변기에 똥을 싼 적이 없어요~ ㅋㅋㅋㅋ

안쓰는 화장실이 쓸데없이.. 크다~~~ 싶었는데... 봉구방이 되려고 그랬나봐요.

 

 

 첫날.. .통덫에서 나오자 마자 구석에 숨은 봉구입니다.

우리 봉구는 2살정도 되었고요.

암컷이랍니다.

이름이 봉구인데 암컷이라니... 

그래도 아가 ~~~~ 너의 이름은 봉구야.

아저씨가 봉구로 부르고 싶다고 했어.

우리 봉구는 대답냥, 수다냥입니다.

처음 저를 본 날도 웅크리고  앉아 따박 따박~ 대답해줬던 아이였어요.

 

 

소심한줄 알았더니 첫날부터 대범하게 사고를 쳤어요.

고양이 액체설은 들어만 봤지...이정도일 줄이야.

3cm의 작은 문틈을 빠져나와 옷장 속에 숨어 있더라고요.

봉구는 구내염으로 그루밍을 못해서 많이 더러웠고 불안해해서 목욕은 나중에 시키자 했는데..

봉구야.. 아줌마 옷은 어쩌라고 하필 옷장이었니.

똑똑하게도 제게 발각이 되자마자 자기 방으로 쏙~ 들어가더라고요.

옷은.. 뭐 다시 빨면 되니까..

 

 

한 2일간은 저렇게 박스 속에 숨어서 궁뎅이만 내놓고 있었습니다.

적응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줬어요.

 

 

 

그 불안한 와중에도... 봉구는 잘 먹고 잘 싸는 냥이였어요.

아줌마가.. 8년차 요리 블로거인데~ 너 하나 완전한 사육 못해주겠니?

습식사료를 위주로 황태, 고구마, 닭사슴살을 준비해서 매끼니 치료약, 영양제까지 잘 차려줬습니다.

 

 

 

 

ㅋㅋㅋ 드디어 자세를 바꿨어요.

궁뎅이는 안으로~  얼굴은 밖으로~

우리 봉구~ 예쁘죠?  완전 귀욤상입니다.

 

 

약을 10일정도 먹더니.. 구내염이 많이 좋아져서 입가의 핏덩이도 사라지도 침도 흘리지 않게 되었어요.

집이 지저분한게 아직도 길냥이 같다고요?

저도... 궁상 떨고 있는 봉구가 안타깝습니다.

 

 

 

옆에 멀쩡한 집과  뽀쏭한 침구가 있는데 

판자집에서 스티로폼 가루 마셔가며.. 지지리 궁상 떨고 있어요.

제가... 고양이 집이 아닌 강아지집으로 잘못 샀다고 저러는 걸까요?

 

 

나름 장남감도 있고~

고양이가 환장한다는 몸에 꼭 맞는 박스도 갖다 놨어요.

스트레스 풀라고 스크래쳐도 사다 놨지요.

등 따시고 배 부르니 승질 날 일도 없나봐요. 

잘 안갖고 놀아요.

 

 

고양이는 추위를 잘 탄다고해서 전용 난로까지 켜줘요.

길냥이 인생역전한건데

우리 봉구는 그걸 알랑가 몰라요.

 

 

아직 옥체를 쓰다듬게 하는 성은은 내려주지 않았지만

장난감으로 머리 만져주는거 좋아합니다.

 

 

화난거 아니에요.

목 만져 달라고 집 밖으로 목을 쑤욱~ 빼는 겁니다. 

 

 

 

 

 

깃털로 목을 살살 긁어주면 골골송을~ 부르며 좋아해요.

눈이 풀린게 완전 뿅~갔잖아요.

봉구야? 아줌마 좋지? 최고지?

그럼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봐도 되니?

 

 

 

손을 넣는 순간!!!! 

바로 저 귀여운 발이 불주먹이 되서 날아옵니다.

얼굴 들이대던 날은 따귀 맞는 줄~

 

 

불주먹, 냥펀치, 개하악질~ 서운햐. 이뇨나~~~~~

봉구야.. 니가 살던 저 주차장을 좀 봐라.

맘에 안들면 저기 다시 데려다 줄까?

자유롭게 눈 밭은 뛰어다니며 추워볼래?

 

 

귀여워서 참는다.

너의 이름이 그가 좋아했던 봉구라 .......  책임져줄께.

 

 

봉구를 데려오길 잘했다.. 싶을 정도로 

밖의 날씨는 추웠고 눈이 내렸다~~하면 폭설이었습니다.

그런... 겨울다운 겨울 날 . 

동거한지 3주째가 됐을 때부터 봉구는 좀 편해보였습니다.

 

 

따뜻한 집안에서... 함께 펫 클래식을 들으며

각자의 공간에서 쉬고 있습니다.

 

 

저는 거실에서 바느질을 하고,

 

 

봉구는 따뜻한 자기 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밤새 뛰어 다니더니... 낮에는 잡니다.

봉구야... 화장실 거울에는 왜 발자국이 난거니? 

 

 

첫날 잔뜩 웅크리고 있던 그 작은 아이는 없어졌어요.

살이 쪄서 통통해진 뱃살.

마음이 어느정도 풀어졌는지.. 다리까지 쭉~ 뻗고 자는 아이.

얘야! 그 집 너한테 작다니까.. 옆집으로 이사 좀 가렴.

 

 

낮잠에 깨셨는지.. 나가려는 저를 보고 마중을 나와줍니다.

수다냥 뭐라~뭐라~ 냐옹거리립니다.

야... 연약한척 하지마~ 됐거든.

너 그러다 불주먹 날릴꺼잖아~

밀땅 노노~ 질척대지마

 

 

가려린 그녀 목소리에... 속지 마세요.

 

 

예뻐서~  짠해서~ 들이댔다가는

싸다구 맞을 수 있어요. (feat. 힘 잔뜩 들어간 앞발)

봄에는 무릎에 올라온 인증샷 올리도록.... 잘 보살펴 보겠습니다.

이제 봉구네는 '봉구'있어요.

 

 

<예전 봉구네에서도 길고양는 있었어요>

 

 

길고양이인듯 집고양이같은 봉구네 길냥이들~

결혼전에 강아지를 키웠었어요. 제가 직접 미용도 해주고 옷도 따뜻하게 만들어 입힐 정도로 정성을 다해 잘 키웠는데 결혼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야해서 못키울것 같아 친정 집에 두고 왔어요.

amyzzu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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