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럴적부터 쑥으로 한 요리는 뭐든 다 좋아했어요.
봄이면 친정어머님이 끓여주신 쑥 된장국을 사발째 드링킹했었구요.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어머님이 쑥캐러 가자고 하면 따라가서 한바구니씩 캐왔지요.
그렇게 캐오면 저녁때 어머님이 쑥개떡을 해주시니까요~
그리고 경상도 사나이에게 시집을 오니.. 남쪽 지방에서는 도다리쑥국을 드시데요.
생각만해도 군침 도는 봄요리입니다.
향긋한 쑥부침개 한 입에 시원한 동동주는 은혜롭기까지 하지요.
그런데요~
운명인지 제가 사는 시골 집 근처에는 쑥이 참 많습니다..
세상 모든 쑥요리는 다 해먹을 기세로 매일 쑥을 캐오고 있는데요.
왠욜~~~~ 하는 쑥요리 마다 실패 실패 대 실패를 하네요.
맛 좋다고 칭찬도 가끔 듣는 요리 블로거 체면 마구 마구 구기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봄쑥은 나랑 안맞아~~ '요리블로거의 망친 요리이야기'
쑥은 크면 질기고 맛 없기 때문에 딱 지금~ 어린 잎을 따야 부드러운데요.
저도 집 근처에서 이웃님의 허락을 받고 향 좋은 쑥을 한바구니 캐왔지요.
제가 종종 동네서 이것 저것 캐 먹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모든 땅에는 주인이 있기 때문에 꼭 허락을 받으셔야합니다~~~~
마침 시어머님이 주신 쌀가루가 있어서
쑥을 깨끗히 씻어 데쳐서... 쌀가루랑 갈아서..
따뜻한 물을 부워 쫄깃해져라~ 주문을 무한 반복하며 열심히 쑥개떡반죽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해서 그런지 정성스럽게 준비하니
반죽이 이보다 더 적당할 수 없이~ 잘 만들어졌었지요.
이제 찌기만 하면 맛있는 쑥개떡이 되는데....
헐~~~ 흉칙한 이건 뭔가요.. 젤리 괴물인가요?
이렇게 푸욱 퍼지면 안되는 아이인데 왜 이런가 맛을 보니..
쌀가루가 아니라 찹쌀가루였네요. ㅠㅠ
내 쑥~ 내 반죽~~~아까워서 어쩌나~~~
비쥬얼이라도 좀 먹음직스러우면 좋겠구만~
시어머님께 이 반죽 어쩌면 좋을지 SOS를 쳤더니 부쳐먹음 좀 낫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쑥개떡이 졸지에 쑥찹쌀전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쌀떡보다는 찹쌀떡이 더 비싸고 쫄깃 쫄깃 맛있다고 하는데..
누가 찹쌀 아니라고 할까봐 턱이 빠져라 쫄깃합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쑥의 향과 맛이 진해서 다 먹긴 했습니다. 저혼자 ㅠㅠ
신랑은 턱 근육이 마비될 것 같다하여.. 포기하고...
그런데 쑥찹쌀전을 먹다가.. 문득 요리아이디어가 떠올랐지요.
집에 멥쌀도 많은데 쑥버무리를 해볼까?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온 어느 날~ 마스크 쓰고 또 쑥 캐러 나갔습니다.
그 많다는 멥쌀도 전날 밤에 넉넉히 불려 놓고~
나름 힘 좋다는 핸드블렌더에 쌀을 곱게 곱게 갈아...... 보겠다고 슝슝 갈았는데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쌀알갱이가 생각보다 굵네요.
그러나.. 이 지경까지 왔는데 다시 밥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쑥버무리 만들어 보겠다고 쓸데없이 의지를 활활 불태웠습니다.
이거슨~~~~
도루묵 알처럼 알알이 살아있는 쑥버무리입니다.
맛도 도루묵의 알을 씹는듯 그 탱글함이 살아있었지요.
쌀알갱이의 탱글한 식감이 굳이 하나 하나씩 다 느껴지더군요.
맛있다는 표현이냐구요?
ㅋㅋ 아닙니다~~~ 쑥버무리는 기분좋게 가볍게 쫄깃해야지요.
찌고 또 쪄도 그 고집스런 탱글함을 어찌할 수가 없네요.
무모한 도전정신을 후회아면 냉장고로~ 내일 밥할때 섞어 넣기로~
쑥개떡과 쑥 버무리의 연이은 실패로 더이상 불용재고(?)는 만들지 않는 걸로~
봄쑥은 나랑 안맞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쌀가루만 있었어도 내 쑥요리를 '성공적'이었을텐데 아쉬움도 남았지요.
고마 쒸리~ 멥살을 방앗간에 가서 갈아삐까?
제 '쑥개떡 성공기' 기대해주세요~~~
보너스샷~~~
정신 못차리고 다음날 옆구리 살 넉넉한 와플을 구웠지요.
신랑은 양이 푸짐해서 좋다고~ 이렇게 장사하면 인심 후하다고 소문 날꺼라고~ 흥!칫!뿡!!
많은 이웃님들이 응원해주시는 요리블로거~ 앞으로 정신 차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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