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서의 50일간 감성 생활기

SINCE 2013

올해 여름부터 작은 시골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기 시작해서 10월에 입주를 했습니다.

10살때부터 줄곧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름 서울뇨자인 제가 처음으로 전원주택에 살아보니

처음엔 불편하고 불안해서 울고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불편이 적응이 되고  개방된 집이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언제든 땅을 밟고 작은 산책을 할 수 있는 매력에 빠졌습니다.

비록 50일 못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소박한 전원주택의 감성생활기 소개해볼께요.

 

 

 

전원주택에서의 50일간 감성 생활기

 

 

 

 

처음 전원주택으로 이사왔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이 

거실밖 풍경이 빌딩,도로가 아닌 푸른 잔디와 멀리 초록숲이 보이는 ...살아있는 풍경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인데요.

물론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창문 앞으로 누가 슥~ 다가 오지 않을까 무섭기도 했지만요 ㅠㅠ

앞산의 숲이 초록으로 울창했다가 갈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하얀 눈으로 덮이는 모습은

아주 큰 TV로 보는 다큐멘터리와 같이 감동이었지요.

아파트보다 크기가 작은 창인데도 

전원주택의 창에서 주는 풍경, 개방감의 의미는 아주 크더라고요.

 

 

이사를 막 왔던 10월은 날씨가 제법 따뜻해서 앞마당에 자주 나와 간단하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인터넷쏴핑도 하고..

전원생활의 로망이었던 집에서 카풰놀이를 심하게 해대기도 했습니다.

 

 

10월 말이 되니 동네 여기저기서 추수를 시작하대요

집 앞 논에 있는 볏단을 반나절동안 째려 보고 있던 신랑이 한가마니 얻어왔었죠.

그리고는 새끼를 꼬고 똬리를 만드는 등..

난데없이 볏짚공예를 하다가...

자기는 딸을 낳으면 절대 머리를 못 땋아준다더니... 저렇게 새끼를 꼬아주면 되겠구만 ㅋㅋㅋ

 

 

그날밤~

예술혼을 불태웠던 공예품을 모두 불속에 던져.... '볏집삼겹살'로 마무으리!!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엄지척!

일반 가정에서는 볼 수 없는 막창,대창,곱창 종류별로 꺼내오는 마누라를  보며 신랑의 눈에서 하트 뿅뿅 ~~

서로의 머리카락에서 불냄새를 맡으며 키득키득대며 잠 못이루는 밤 보내기도 했습니다.

 

 

집도 정리되고 여유가 생기니.. 이웃집의 풍성한 텃밭에 눈에 보이기 시작!

나도 따라해보고 싶은 욕망 활활~

10월에 뭘 심냐며.. 내년부터 키워보라는 이웃님의 조언은 안드로메다로 날리고

시금치 씨앗 뿌려 오매불망 싹이 나기를 기다렸것만...

난 분명히 시금치 씨앗만 뿌렸는데... 왜 5종류의 새싹이 나는지....

어렵게 시금치로 추정되는 새싹을 겨우 찾아 인증샷만 찍고... 잡초와 싸우다 전사한듯~

 

 

따뜻한 10월을 보내고 11월이 되니 찬바람도 불고 비가 자주 내렸죠.

콘크리트 바닥이 아닌 나무와 잔디 바닥에 비에 촉촉해지니 색감이 선명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졌습니다.

 

 

아파트 창문에 맺힌 빗방울도 이렇게 예뻤나요?

앞 건물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커튼을 쳐놓고 생활해서 비 내리를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창문마다 맺힌 빗방울이 예뻐 한참을 쳐다보기도~

 

 

뒷마당에 무심히 두었던 양동이에 담긴 빗물이 생각보다 맑더라고요.

그래서 이 빗물을 모아 놓고 화분에 물도 주고 다용도실 바닥 청소도합니다.

이해 못하시겠지만.

아침에 일어나 양동이 가득 고인 물을 보면 공짜 돈 얻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고

 퍼 담아 여기저기 청소하면 뿌듯하더라고요.

이 행복 저만 느낄 수 없죠?

 

 

빗물의 주는 공짜의 즐거움을 신랑에게도 전해주고자..

우비 입히고 청소솔 손에 쥐어 내보냈습니다.

빗물 세차로 행복 제대로 만끽하라고... 굉장히 좋아하던데요 ㅋㅋㅋㅋ

 

 

그렇게 비만 쏟아지는 11월 끝... 어느 날 눈이 내렸습니다.

우리집 마당에.. 우리집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

그런데 지금생각해보니 뚫린 하늘에서 눈이 내려서 쌓이는게 뭐 큰 감동이라고..

새벽에 인증샷찍어대고 난리 부루스~

 

 

몇천원짜리 슬리퍼에 내린 눈도 이렇게 예뻐보이는게 왜일까요?

전원생활이라 일부러 막 의미를 주려고 분위기 잡고 싶은 마음일까요?

아뭏튼 설명할수 없는 전원생활의 매력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답니다.

 

 

12월 어느날 ...우리집을 멋지게 설계해주신 '투닷건축사'소개로 잡지 촬영을 했어요.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원속의 내집'인데요.

예쁘게 찍히고 싶어 가식적으로 침실 정리도하고

인터뷰도 뭐라 뭐라 말을 많이 했는데 기억은 안나고

사진찍을때마다 날씬하게 찍어달라고 생떼를  무한 반복한 것만 기억나네요.

1월호 '전원속의 내 집' 많이 기대해주세요.

 

가장 최근의 일상인데요.

지난 화요일에는 해가 쨍하게~ 떠준 날이죠.

전원주택에 오니 가을 장마에 빨래 건조가 골치 아팠는데

오랜만에 빨래도 하고 이불,베개도 뽀송하게 말리는등.. 밀린 집안일을 했습니다.

신랑이 만들어준 삐가번쩍 으리으리한 빨래줄도 제작 한달만에 겨우 사용해보았네요.

여보옹~ 튼튼하고 좋네요. 밧줄타기 해도 되겠어용~

 

 

마트에서 큰 소쿠리도 사와서 무농약 제주 감귤 껍데기도 말리고~

진피라고 하는데 기관지 건강의 최고로 좋은 약재래요.

향도 외국산 허브 못지 않게 좋아요.

잘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시면 향도 좋고 몸에도 좋아요.

 

 

그리고 이웃님이 텃밭에서 뽑아 준 무는 장아찌로 담그고 

남은 무청 말려서 시래기도 만들었어요.

시래기는 그냥 말리면 누렇게 시든것 말리는것이니 꼭 삶아서 바람 잘 통하는 그늘에 말리세용~

 

 

처음 이사왔을 때는 뭔가 분명히 아파트보다 불편해서 괜한 짓했나 싶었는데

신기하게 지금 생각해보면 불편한게 뭐였더라 기억이 안나요.

확실히 몸을 더 움직여야하고 부지런해지긴 했는데

그것을 전원생활의 매력으로 스스로 좋게 느끼고 있지 않나 싶기도해요.

아직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지나지도 않았고 쪄 죽을 것같은 더위도 안지나서

나중에 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집은 따뜻해서 일단 겨울 추위 걱정은 안하고 잘 보낼것 같습니다.

 

마당에 심은 벗꽃, 철쭉.. 아름답게 피는 내년 봄날!

다시 감성생활기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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