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찐~집냥이된 봉구와 첫 겨울나기

SINCE 2013

딱 일년전 이맘때 쯤 길냥이 봉구를 집에 데려 왔었습니다.

구내염이 심했던 아이라서 그루밍을 못해 지저분해서 한달간은 화장실에서 지냈었는데요.

기나긴 입원치료를 하고 나서 올해 초 봄이 되서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한집 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봉구에게 겨울은 춥고 배고프고 아팠던 기억밖에 없었던 거죠.

올 겨울은 봉구가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요?

오랜만에 봉구 소식 전해드립니다.

 

 

 

 

 

 

 

이젠 ~집냥이된 봉구와 첫 겨울나기

 

 

곁을 내줄것 같지 않던 봉구가 봄이 지나고 여름, 가을이 지나 초겨울이 될 쯤

제 껌딱지 아닌 껌딱지 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슬쩍 식탁 아래에서 와서 졸고 있지를 않나~

 

 

 

책상에서 일을 할때도 바로 앞에서 저리 저를 쳐다 보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저는 냥플릭스 같은 것일까요?

자꾸 쳐다 봐요.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고 있으면 대놓고 옆에 와 있으면서

시선은 안듣는 척! 연기까지 합니다.

 

 

 

쇼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으니 저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쳐다보고 있어요.

아줌마 자다가 깜딱~ 놀랐자나~~

 

 

 

발코니에서 빨래를 널고 있을 때도 따라와서 참견을 합니다.

"애미야~ 해가 쨍쨍할때는 뭐하고 이 밤에 빨래했냐~ "

그 모습이 귀여워 후다닥 안방으로 나와 뒷모습을 찍었습니다.

 

 

 

 

 

아.... 이때는 심장이 멎는 줄~

냐옹 냐옹 소심하게 깨워서 봤더니 제 방 앞에 저러고 대기 타고 있었어요.

늦잠자는 집사 혼구녕 내주는 근엄한 눈빛입니다.

고양이가 집사를 좋아하면 저리 따라다니고 관찰한다던데

좋아하긴 하나 봐요?

 

 

 

좋아........는 무슨~

제 손길 한번 받아주지 않고 꿋꿋히 외면하는 고봉구입니다.

 

 

 

그래도 우리 봉구~

등뼈가 앙상했던 아이였는데 1년 동안 뱃살~ 다리살 포동포동하게 살이쪄서

동글 동글 귀여운 미모가 절정입니다.

 

 

 

겨울이라도 춥지 않고 해가 쨍하다면 낮시간의 대부분을 발코니에서 지냅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들, 아래 지나다니는 차들, 사람들 구경해요.

 

 

 

그렇게 서쪽하늘에 해가 지도록 바깥 구경을 하고 나서야 방으로 들어옵니다.

 

 

 

자기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고 집도 소심하게 돌아다니던 녀석이

쇼파에서 잠도 자고 싱크대에서 올라가 그릇 탐색도 시작했어요.

유일하게 허락하지 않은 공간.

침대 이불속도 끊임없이 탐험 시도를 하고요.

 

 

 

길냥이 시절 묶은 때를 한번도 씻어 준적이 없어서 미용과 목욕을 맡겼습니다.

씽크대와 침대까지 올라오니 한번은 씻어줘야했어요.

아.... 하고 나서 너무 너무 후회했어요.

미용이 털 다듬는 정도인줄 알았는데 빡빡 밀어버린거였어요.

봉구가 엄청 충격 받아서 하루를 저렇게 구석에서 숨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 봉구야 다시는 미용 안시킬께. 이 날 진짜 아줌마 마음도 너무 안좋았어"

 

 

 

 

 

가끔은 올라 올수 있어도 아예 침대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는데

이 날은 너무 미안해서 이불속으로 들어가게 두었습니다.

저 안에 봉구 있어요.

한참을 자고 나와서야 삐진 맘이 풀어졌습니다.

 

 

 

지독한 구내염도 이겨낸 아이라서 미용쯤은 하루만에 극복하고 다시 안정을 찾았습니다.

침실에 전기 방석을 깔아주었더니 완전 딥슬립~ 꿀잠을 잡니다.

혹시나 전기방석을 끌까 싶어 전원스위치를 꼭 잡고 자고 있는 듯~

이 뜨끈함 유지하게 집사!! 

 

 

 

유튜브 보실 때도 혹시나 추울까봐 난로 켜드립니다.

보일러에 난로까지 켜서 저희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 봉구 방이예요.

 

 

 

저도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봉구방에 들어와서 핸드폰 놀이도 하고 영화도 봐요.

봉구는 난로 옆에 이불을 깔아주면 코를 곯며 잠을 잡니다.

 

 

 

 다른 고양이 유튜브라도 보면 그 소리에 깨서 째려봅니다.

아마 다른 고양이가 근처에 있나 경계를 하나 봐요.

주인님 불편해하셔서 고양이유튜브는 저희 집에서 금지입니다.

 

 

 

"보~~~옹~~~~구~~~~~~~~~야. 괜찮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해주면 눈을 질끔 감아줘요. 

귀여운 가시나.

 

 

 

자다가 깨서 저를 빤히 쳐다보면 놀아줍니다.

요즘 최애 놀이 '레이저포인터 잡기'

 

 

 

콧바람 씩씩 거리며 방안을 여기저기 날아다닙니다.

 

 

 

한참 뛰어다니다 갑자기 툭~ 쓰러져 누워버리는데요.

이때, 빗질해주면 그릉그릉~그르르르르릉 거리며 좋아해요.

 

 

 

봉구와 저는 우리만의 첫 겨울을 이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그녀 인생에 가장 따뜻하고 평온한 겨울이 아닐까 싶어요.

작년 겨울 꽁꽁 얼어 붙은 사료를 아픈 입으로 핥아먹던 생각이  아직도 짠~해요.

이제 봉구는 아기때부터 3년을 아픈 몸으로 용케 잘 버텨준 강한 아이입니다.

저에겐 작은 꿈이 있는데요.

언젠가는 봉구와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때 아줌마가 바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구경시켜줄께. 

봉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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