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네전원일기 10월 - 전원생활 딱 1년! 사계절을 돌아보다.

SINCE 2013

작년 2월쯤 신랑이 집을 짓겠다고 하여..

아침부터 차에 캔커피와 바카스를 박스째 싣고 나가서 부동산이며 여러 마을 이장님댁을 찾아 지금의 땅을 구했지요.

그리고 경량 및 중량 목조주택, 콘크리트 주택을 속성으로 열공해서

에어컨과 가스배관 기사가 벽 두껍다고 상당히 투덜대는.. 튼튼한 콘크리트로 집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에 입주해서 딱 1년을 살았는데요.

전원주택에 사는 소감이 어떠냐고 여러 분들이 물어보셔서 계절별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봉구네전원일기 10월 - 전원생활 딱 1년! 사계절을 돌아보다

 

 

1. 2015년 10월 ...가을부터 전원생활 시작!!

작년 6월 전국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메르스사태 때문에 공사를 시작 못해서

집짓기 처음부터 맘고생 스타트!!!

우우우여여여곡곡곡절절절 끝에 10월에 드디어 입주를 했는데 어찌나 할일이 많고 불편하던지..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제가 전원생활이 주는 불편함에 눈물이 날정도로 힘들어 후회도 했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니 '아파트의 편리함'을 포기하는데.... 적응이 되었고

전원생활을 즐겨보자 해서

마당 있는 뇨자의 즐거움~ 각종 바베큐를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식용유에 쩔은 후라이팬 생선보다~

 숯불에 구운 담백한 생선구이를 날마다~ 냄새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 전원생활이 매력이 아니었다 싶네요.

 

 

2. 2016년 겨울

그리고 전원생활의 매력에 완전 반하게 한 것은 펑펑 내린 하얀 함박눈이었습니다.

그냥 아파트 어느 층쯤 공중에 떠서 흩날리는 눈이 아니라

내 발 앞에 소복히 쌓이는 눈을 보며~ 밟으며~ 차한잔 할 수 있는 전원생활이 참 좋더이다.

 

여기서 잠깐!!!

전원주택은 겨울에 추워서 난방비 폭탄 맞는다고 오해하시는 분 많으시죠?

요즘 짓는 집들은 아파트만큼 따뜻하고 난방비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설계나 시공시 난방에 대한 관심을 건축주가 강조 및 감시해야해요)

지난 겨울 월 평균 난방비가 20만원정도 나왔는데요.

아파트처럼 매월 관리비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니 겨울엔 난방비 아끼지말고 따뜻하게 지낸 것이 20만원 나왔지요.

그때는 집들이를 여러번 하면서 아이들 때문에 더 아끼지 않은 것이 20만원이니 올해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내친김에 월평균 관리비를 말씀드리면 

수도세 9천원, 전기세 2만원 (겨울) / 5만원(여름,1등급냉방비포함), 가스비 만원(난방비 제외) 나옵니다.

물론 저희집은 부부만 살아서 2인가족 기준인데요.

대신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집에 있어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보다 더 많이 쓰는 편입니다.

아파트 관리비에 비하면 참 싸죠?

 

 

2. 2016년의 봄

시골의 겨울은 농한기라서 참 조용하고 할일 없는 나날들입니다.

저는 뭐 농사도 짓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계절에도 이렇게 한가할 줄 알았는데요.

ㅋㅋㅋ 그건 저의 착각이었어요.

일단 새벽부터 우는 닭과 경운기 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됩니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부터 마당에 올라오는 잡초와의 전쟁이 슬슬 시작되죠.

잔디가 올라오기 전에 잡초를 뽑아줘야 잔디가 자리를 잘 잡고

잔디가 자리를 잘 잡아 빼곡히 자라면 잡초가 자랄 틈이 없어집니다.

4월부터 신랑과 매일 하루에 한시간씩 꼬박 잡초를 제거해주며 지냈지요.

 

그렇게 잡초를 뽑아주니 잔디가 잘자라서 초록초록한 마당히 되어 가는데요.

꽃피는 나무와 초록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전원주택에 사는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건물만 있는 전원주택은 사실 아파트와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그런데 이 정원관리가 손이 정말 많이 가서 맞벌이 부부가 예쁜 마당을 유지하는데 쉽지 않을겁니다.

저희 부부가 프리랜서 재택근무자이기 때문에

매주 잡초뽑고, 매월 벌레잡고, 분기별로 깍아주고, 분기별로 비료주는 일이 가능했지요.

하면서도 파스로 떡칠하고 힘들어 기절하는게 정원관리였습니다.

한편으로는

몸은 힘들어도 아름답게 정원 가꾼 날 잔디밭에 앉아 짜장면 시켜먹음.. 그 맛이 꿀 꿀 꿀 맛이라...힘든것 다 잊게 된답니다.

 

전원생활 시작하면서 채소를 사먹는 일이 많이 줄었어요.

봄이면 소쿠리 하나만 들고 나가면 쑥이랑 부추, 고들빼기...등 캐먹을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무공해!!

 

 

그리고 봄이 시작되면 슬슬 텃밭을 가꿀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냥 땅에 씨 뿌리고 물 주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릴 것 같죠?

Never~~~~

반나절 쭈그리고 앉아 큰 돌을 골라내고  몇일 동안 비료와 퇴비를 주면서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놔야

채소들이 잘 자란답니다.

 

 

3. 2016년 여름

봄 내내 잡초 뽑고 비료와 퇴비주고 가꾼 결과...여름의 정원은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릅니다.

쇼파에 앉아 알록 달록 꽃피고 초록 초록한 정원을 보며 냉커피 한잔하는 여유가 참 좋지요.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쟁이 시작되죠.

봄부터 시작된 벌레/잡초와의 전쟁은 여름에 극에 달합니다.

집으로 들어오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각종 벌레들 때문에 방충망 열고 닫는 스피드는 국가대표급이며

정원이나 텃밭에서 잠깐 서있을라치면 수십번의 모기공격은 각오해야하지요.

 

제가 신랑에게 한말이 있습니다.

매월 그달의 벌레도 있고.. 그 달의 잡초가 있다고...

6월에 해충을 잡으면 7월에 또 다른 해충이 나무 수액을 빨아먹고...

7월에 뽑은 잡초에,,,, 더해서 8월에 또 다른 잡초 나오고...

매달 새로 벌레 잡고, 매달 새로 잡초 뽑는데 여름의 일상입니다.

손으로 잡다 잡다 지쳐 간단하게 해충약, 제초제를 사용하자 준비한 비용만 수십만원!!

 

그렇게 벌레와 잡초와의 전쟁을 치루고 얻은 유기농 텃밭 작물들은

서울 강남 모 백화점에 파는 그 어떤 비싼 농산물보다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수고와 고통이 쓰디 쓰더라도 전원생활에 매력이 달콤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무에서 완전히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먹으면 달콤하고 향기가 진해서

익지도 않고 유통하는 마트표 토마토를 돈주고 사먹지 못한다는것!

전원생활은 수없이 말할 수 있는 단점과 말로 표현 못하는 몸과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4. 2016년 가을

한가로왔던 겨울, 슬슬 전쟁이 시작되는 봄과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전원생활 중에 가을이 가장 지내가 좋은 계절이라 생각되는데요.

벌레도 사라지고 (특히 모기!!),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잡초도 좀 누그러지고...

 

벌레가 없으니 마당에 나와 커피 마시며 책도 읽고 핸드폰놀이도 할 수 있고요.

밤에는 장작불 피워 고기 궈먹으며 신랑이랑 술한잔하기 좋습니다.

별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날씨도 서늘해서 산책하기 딱 좋은데요.

요즘 자주 산책을 나가다보니 동네 개들도 제법 따르게 되었어요.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그 아이들에게 간식도 주고

작은 뒷산에서 밤이랑 호두랑... 간식거리를 몇 주먹 따오고 있습니다.

 

요즘은 텃밭에 심은 배추랑 무를 키우는게 유일한 전원생활의 노동입니다.

해충약을 뿌리지 않아

제가 먹을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벌레들이 갉아 먹고 있는데요.ㅋㅋㅋ

그래도 배추 속이 차곡 차곡 차고~ 무가 쑤욱~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제 몫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꼴랑~ 1년 간의 전원생활이지만 아주 아주 간략하게 말씀드린 것인데요.

살아보니 이 전원생활이란게

단점은 말로 수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데

장점은 말로 표현 못하는 진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단점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장점을 비교하자면... 매력이 있는 장점을 선택하겠어요.

왜냐면..... 전원생활 속의 집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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